치주질환 (치주세균, 구강위생, 임플란트)
치아 한 개의 가치가 5천만 원이라는 말, 처음 들었을 때는 솔직히 과장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멀쩡하다고 믿었던 제 잇몸이 "뿌리가 다 녹았다"는 말을 치과에서 듣고 나서야, 옛 어른들이 오복 중 하나로 치아를 꼽은 이유를 뼈저리게 이해하게 됐습니다. 아프지도 않았고, 겉으로 표시도 안 났는데 그렇게 됐다는 게 아직도 믿기지 않습니다.
치주세균은 입안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치주질환(periodontal disease)이란 잇몸과 치아 주변 뼈를 지탱하는 조직에 세균이 침투해 염증을 일으키는 질환입니다. 단순히 잇몸이 붓고 피가 나는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는 게 핵심입니다. 치주 세균은 모세혈관을 타고 혈류로 흘러들어가 심장, 뇌, 신장 등 전신 장기에 영향을 줍니다. 실제로 치주질환 환자는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뇌졸중과 심장 질환 발생 위험이 약 3배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출처: National Library of Medicine).
당뇨 합병증과의 연관성도 무시하기 어렵습니다. 치주 염증이 인슐린 저항성을 높여 혈당 조절을 방해한다는 연구가 꾸준히 나오고 있습니다. 임신 중 치주질환이 심할 경우 조산 위험도 유의미하게 올라간다고 합니다. 입 안의 문제가 온몸의 문제로 이어지는 경로, 처음 알았을 때 정말 등골이 서늘했습니다.
한 가지 더 주의해야 할 점은 치주 세균이 사람 간에도 전파된다는 사실입니다. 수저를 함께 쓰거나, 아이에게 음식을 씹어서 먹이거나, 입으로 식혀서 주는 행동이 모두 세균 전파 경로가 됩니다. 제가 직접 겪어보니 이런 사실을 미리 알았더라면 가족에게 더 조심했을 텐데 싶은 후회가 남습니다.
올바른 구강위생 순서가 따로 있습니다
치과 선생님이 구강 관리를 세차에 비유하시더라고요. 세차할 때 먼저 고압수로 흙먼지를 털어낸 뒤 세제를 칠하고, 마지막으로 마른 천으로 닦아내듯이, 구강 관리도 순서가 있다고 했습니다. 그 말을 듣고 제가 지금껏 순서를 완전히 뒤바꿔 살아왔다는 걸 알았습니다.
권장되는 순서는 이렇습니다.
- 워터픽(구강 세정기)으로 치아 사이 음식물 찌꺼기를 물 압력으로 먼저 제거합니다. 워터픽이란 물을 고압으로 분사해 칫솔이 닿지 않는 치간 깊숙한 곳의 이물질을 씻어내는 기기입니다.
- 일반 칫솔로 치아 표면과 잇몸 경계선을 꼼꼼히 닦아줍니다.
- 치간 칫솔(interdental brush)로 치아 사이 좁은 공간을 한 번 더 정리합니다. 치간 칫솔이란 일반 칫솔 모가 들어가지 않는 치아 사이 공간을 위해 설계된 소형 칫솔입니다.
- 치실로 잇몸선 바로 아래까지 쓸어내려 마무리합니다.
클로르헥시딘(chlorhexidine), 국내에서는 헥사메딘이라는 이름으로 많이 알려진 소독 약물이 있습니다. 클로르헥시딘이란 세균 세포막을 파괴해 구강 내 유해균을 억제하는 항균 성분으로, 치과에서 발치 후 처방하는 그 약이 바로 이것입니다. 이 약을 치간 칫솔이나 칫솔에 소량 묻혀 염증 부위에 직접 적용하면 일반 가글보다 훨씬 효과적이라고 합니다. 단, 매일 쓰기보다는 필요할 때 전략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좋고, 사용 전 치과 상담을 받는 것을 권장합니다.
반면 굵은 왕소금으로 잇몸을 문지르는 방법은 절대 하면 안 됩니다. 소금의 거친 입자가 잇몸 표면에 상처를 내고, 치아 법랑질(enamel), 즉 치아 표면을 보호하는 가장 단단한 바깥층을 마모시킵니다. 한 번 닳은 법랑질은 다시 생성되지 않습니다. 일반적으로 소금이 살균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이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훨씬 큰 방법입니다.
임플란트는 '자연치아 대체품'이 아닙니다
저도 결국 임플란트(implant)를 하게 됐습니다. 임플란트란 상실된 치아의 뿌리를 대신해 턱뼈에 인공 나사를 심고 그 위에 보철물을 얹는 시술입니다. 시술 전에는 막연하게 "이제 영구적으로 쓸 수 있는 치아가 생기는 거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직접 겪어보니 그 생각이 얼마나 순진했는지 금방 알게 됐습니다.
가장 불편한 점은 감각이 없다는 겁니다. 자연 치아에는 치근막(periodontal ligament)이라는 구조물이 있습니다. 치근막이란 치아 뿌리와 잇몸뼈 사이를 연결하는 섬유 조직으로, 씹는 압력과 이물감을 뇌에 전달하는 센서 역할을 합니다. 임플란트는 이 구조물이 없으니 딱딱한 음식을 씹어도 감각이 둔하고, 방심하다가 이를 깨무는 사고도 생깁니다.
또 임플란트 주변은 음식물이 끼기 쉽습니다. 자연 치아의 뿌리는 위아래가 비슷한 굵기인 반면, 임플란트 나사는 아래쪽이 더 가늘어서 잇몸 바로 아래 공간이 벌어져 있습니다. 이 공간에 음식이 끼고 방치하면 임플란트 주위염(peri-implantitis)이 발생합니다. 임플란트 주위염이란 임플란트 주변 잇몸뼈가 녹아내리는 염증으로, 자연치아의 치주질환보다 진행이 빠릅니다. 임플란트를 하고 나서 치실과 치간 칫솔 관리가 더 중요해졌다는 걸 시술 후에야 알았습니다.
임플란트를 바로 권유하는 병원보다 자연 치아를 최대한 살리려는 치과를 선택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훨씬 유리합니다. 대한치주과학회에서도 치주 치료를 통한 자연치아 보존을 우선 원칙으로 강조하고 있습니다(출처: 대한치주과학회).
입냄새와 침, 생각보다 중요한 연결고리
한때 입 냄새가 심해서 마스크가 오히려 반갑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때는 가글로 해결하려고 했는데, 그게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걸 나중에 알았습니다. 구취(halitosis)란 구강 내 혐기성 세균이 단백질을 분해하면서 황화수소 등 휘발성 유황화합물을 생성해 발생하는 현상입니다. 가글은 이 세균을 일시적으로 억제할 뿐, 음식물 찌꺼기가 남아 있는 한 냄새는 다시 올라옵니다.
제가 지금 생각해보면, 잇몸이 나빠진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물을 거의 안 마신 습관이었던 것 같습니다. 입안이 건조하면 타액(saliva), 즉 침의 분비가 줄고, 침이 줄면 세균이 번식하기 더 좋은 환경이 됩니다. 침은 단순한 소화액이 아니라 구강 내 세균을 씻어내는 천연 항균 세정제입니다. 입 꼬리에 거품이 생기거나 하얗게 되는 것도 침이 부족하다는 신호라는 걸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
본인의 구취를 확인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손목 안쪽을 혀로 핥은 뒤 30초 정도 건조시키고 냄새를 맡아보면, 실제 본인 입 냄새와 비슷한 상태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물을 충분히 마시고, 무설탕 껌을 씹어 침 분비를 늘리는 것이 구취 개선에 생각보다 효과적입니다. 마스킹용 가글보다 근본 원인을 건드리는 방법입니다.
이 글을 쓰면서 결국 모든 게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했습니다. 치주 세균 하나가 잇몸을 넘어 심장까지 가고, 건조한 입이 구취와 염증을 동시에 키웁니다. 지금 당장 아프지 않아도 방심하면 안 된다는 걸 치아 뿌리가 녹아버리고 나서야 배웠습니다. 지금부터라도 워터픽, 치간 칫솔, 치실로 이어지는 구강 관리 루틴을 만들고, 물 한 잔 더 마시는 것부터 시작해 보시길 권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정보를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료 조언이 아닙니다. 증상이 있으신 분은 반드시 치과 전문의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 참고 치과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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